주 5일의 업무를 모두 마친 어두운 시간,
차에 올라타며
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기분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편안한 퇴근길
늦잠 자야지
내일은 햇살 받고 좀 나가봐야지
오랫만에 청소도 해야지
냉장고에서 뭐 좀 만들어먹어야지
책 좀 읽어야지
다음날,
밝은 햇살에 잠을 깨던 한 달 전의 아침은 어디로 갔는가
일어나보니 어느 새
해는 저기 옆 동 머리 위로 올라가 있다
그만큼 내게 주어진 토요일이라는 시간은 단축되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주말의 책임감으로
부지런히 청소를 하고 현관도 닦고
이것저것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살림살이들 자리를 다시 잡느라고
꺼냇다 넣었다, 왔다 갔다...
뭐 좀 먹어야지.
배는 안고픈데 고픈지 뭔지 하는 알수 없는 상태의 공복감.
내 체내의 체지방으로 에너지를 태우면 될텐데
입안의 유혹으로 또 뭔가를 만들어먹고
설거지하고 또 괜히 분주하게 왔다갔다...
커피 한 잔 들고 거실 창가 앞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리라! 했던 그 계획은 어디로 갔는가
ㅋㅋㅋ
5일의 끝은 의외로 허무하다
세상의 끝을 마감하는 날도 그러하겠지 ,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