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영화
살면서 꼭 해피엔딩을 구상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비극적이진 않게
일상이라는 한 대열에 설 줄 알았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은 것도 아니었네
그냥 사니까 살아지는 거..
그럼에도 막연히
희망이란 걸 기대하며 살았던 것 같다
소설을 너무 많이 봤어...
아니 안델센 동화에 너무 심취했던가...
일반 너머에 소설같은 엔딩이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던 건가...
어른들이 그러셧던 말
다~~ 남들이 니 맘 같은 줄 아니?
그래.
그게 문제였어
남들도 내 맘같진 않다고 여기면서도
그 여김이란 건 머릿속 아주 일부에서나 자리잡고
실제론 침잠하고 있던 문제꺼리들
어느만큼의 암흑기 속에서
아들도 딸도 그 나름의 고통을 이겨내며 성장하더라
나의 첫 여성인 엄마
나의 첫 남성인 아버지
당신들의 고통은 제 고통이라면서도
29년의 부부관계를 끝내는 과정에 아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입장과 역할을
너무나 참 잘 그려냈던 영화
사랑한다고 믿으며 이기적으로 살아온 엄마
묵묵히 참아주는 게 사랑을 지켜내는 거라 여기며 그렇게 늘 말없이 맞추며 살아온 아버지
아버지의 성격을 좀더 닮은 아들
답답하다며 사랑을 계속 확인하고 지시하는 아내
결국 떠나겠다는 통고 후 집을 나간 남편
그 가운데에서 고뇌하고 분노도 하는 가운데
또한 부모를 이해하고
어릴 때 양손을 붙들고 함께 산책하던 그 길을
이젠 혼자 된 엄마의 어깨를 감싸안고 걷는 아들의 모습에
깊이 올라오는 눈물과 감동에 한참을 바라보고 앉았던 영화
다투는 부부의 갈등보다도
아들의 정서에 더 애잔하게 바라본 영화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