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중1 남자애인데도 둘이 참 다르다
어제 역시 한 녀석은 과제를 하나도 해 놓지 않았고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억지로 자리에 앉는다
수북히 쌓인 교재들을 앞에 놓고
말없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을 몇 장 풀게 했다
대신
꼭 공부 아니어도 할 게 많은 너희들일텐데 공부를 해야 한다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니
니 마음 안다
선생님도 오래된 세대라 너희들이 하는 문화를 잘 모르다보니
네겐 그저 공부만 하라 하게되어 안쓰럽고 답답하다 말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 근데
조그마한 거 같았던 아이 머리통이...ㅎㅎㅎ 무척 단단해져 있는거다
그래서 아이에게
얘, 너 예전과 다르게 많이 컸다, 머리도 단단하고 커져 있네 신기하네~하며 웃었다
그랬더니
제가요? 예전엔 물렁햇어요? 그러며 말을 더듬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ㅎㅎ
물렁한 건 아니라도 어린 아이네~라고 느껴질만한 탄성이 있었지~
&&야 너 많이 컸구나~어쩐지 니 눈빛도 표정도 아주 마이 달라
제가요? 제 눈빛이 어떤데요?
예전엔 가르치면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어린 눈빛, 그리고 듣는 표정이었는데
두어달전부터 너 많이 변했어
한 귀로 듣고 뇌를 훅 지나서 그냥 빠져나가는 게 보이거든
아 그래요?
하더니 얼른 에어콘을 켜더라
에어콘은 왜 켜냐 하니 정신 좀 차리려고 켠단다
너 사춘기지?
잠시 생각하더니만 네..쪼끔? 하길래
이해는 한다만 사춘기 이상하게 지나지 말고 바른 생각하고 잘 컸음 좋겠다고 말했다
7년을 나랑 공부햇으니 커가는 게 같이 키워가는 마음?인 것 같다
그렇게 나름 수월하게 자기 할 몫을 끝내고
이제는 잊지 않고 공부하겠노라 약속을 했다
또 한 중1 남자아이
늘 볼 때마다 나를 반기며 90도로 인사하는 아이다
어제는 뭐였더라...한국사 공부하다가...
일본과 조선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에서 아이의 관심이 폭발했다
언어가 투박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구사력이 좀 떨어지는 요즘아이들이라서
마음과는 달리 더듬거리며 짧은 어휘로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어찌나 귀엽고 웃긴지...
조선시대의 일본의 행태가 교과서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 말하며 몇 가지 사안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선생님, 독도는 이미 일본에게 뻇긴 거 아니에요? 한다 ㅡㅡ
아이들은 지금 그렇게들 알고 있구나...오호통제라....
투표권이 곧 생길 아이들아, 그렇기 때문에 역사공부 열심히 하고 정치도 배우라는거다
네 선생님!! 역사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서는데 엄마와 함께 90도로 인사한다
내 역할에 혼돈을 느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