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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좋은 하루

라이딩약속이 전날 폭파되고 

막상 혼자 나가려니 장비 챙기고 낯선 길 찾아다니는 게 귀찮아서 

집안일 하며 영화 몇 편 리뷰 보다가 

몸이 무겁다 느껴져서 

걍 바람막이 하나 입고 나섰다

침착하게 내려와있는 갈색 톤이 가득하다 

선선한 공기도 차분하게 내려와 있다 

나무 옆에선 부는 바람이 사스락거린다

평지 걷는 건 무료해서 일부러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른 단지도 처음 들어가보고

도로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내려가 저만치 먼 길도 건너다보고 다시 올라와서

 

 

안가본 옆 길로 내려왔다가 뒤돌아보니 

늘 보던 풍경이 달리보인다 

거실에서 내려다보던 이 도로가 여기로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구나..

한적하고 툭 트인 길에 나혼자인 듯한 고요함에

참 예쁘고 평화롭다..하며 걷다보니 

아! 여기서 피톤치트향이 진하더라

이야...너무 좋은데?

 

 

마스크 쓰고 걷다가 

이 길에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 벗고 배가 터지도록 숨을 들이쉬며

향긋하고 쌉쌀한 나무향을 온몸에 채웠다

바스락바스락 

발에 밟히는 낙엽소리도 참 평화롭네 

토스 만보기가 어느새 9천보를 향한다 

땀이 났다가 식었다가 

만보 채우고싶은데 발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프다

잠시 섰다가 다시걸으면 온몸이 뻣뻣해셔 할머니 걸음이 되고 마는군 ㅋㅋㅋ

천 보는 이따가 밤에 다시 채우자

나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