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마이가는언니 2023. 1. 8. 18:25

젊은 날, 지혜를 좀 발휘했더라면 

잘못된 길을 섣불리 내딛지 않았을건데

말초적인 호기심과 젊다는 자신감으로 

이런저런 이해관계의 계산도 안해보고 딛어버린 길 

그 길로 인해 참 많은 것들이 참 오랫동안 엉망이 되어버렸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며 온갖 똑똑한 현실적인 언어로 지적질은 혼자 다 햇으면서

사람들 관계에 이해관계로만 얼룩지면 안된다느니 

계산적으로 살면 안된다느니 

그게 사람들의 문제라느니...

언어유희였고 언어도단이었다 

지나고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계산해보고 짚어보고 신중하고 멈칫거리고 그랫던 것은

다...이유가 있었던기라 

그냥 차라리 혼자 몸이면 대충 살아도 되는거엿어

혈연들이 있으면 그러면 안되는 거였어 

가족들이 다 반대하면 그건 다 이유가 있는 거였고 

그들의 대부분의 시각이 내 하나의 시각보다 옳은 거엿지

나이들고 몸아파지고 

이젠 무언가를 호기롭게 해 보기도 어려운 현실이 되니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되고 

더 계산하게 되고 

몸을 더 사리게 되고 말도 사리게 되네 

차라리 젊은 날 그랫더면 나의 지금날이, 

그리고 나의 가족들이 평화로왔을텐데 

그런데말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의 내 삶을 조금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건 

나만의 문제인가? 

 

유방암에 걸려 적어도 3개월 병가에 들어간 국장님이 금욜 오후 잠깐 사무실에 왔었다 

마침 나혼자 사무실에 있었는데 

국장님 없으니 다들 열심히 자기 몫들은 하고 있지만 

내 보기에 꼭 애들끼리 애쓰는 거 같아 보기 안쓰럽다 했다

나라도 일이 잘 되면 업무유단자로서 감놔라콩놔라 좀 하겠는데 

죽쑤고 있으니 뭐 할 말이 없노라 했다 

국장님 하는 말,

선생님이 딱 가운데 지키고 있어 주는 것만 해도 중심이 잡히는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같은 위로를 준다

자기가 빨리 회복하고 와서 제일먼저 선생님 도와주겟노라 한다

사실, 나도 5년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몸상태인지라...

국장님의 그 위로 아닌 위로에 내 미래를 걸며 사무실을 나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