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도 날을 아는게비다
겨울방학같은 긴 긴 설 연휴
며칠동안 가만히 찾아온 두통때문에 며칠을 괴롭게 보내며
아이들 온다 하니 설맞이를 하였다
폭설이 시작되는 듯 하여 눈이 더 쏟아지기 전에 후딱 마트 가서
소소히 몇 가지를 사 왔으나
두통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냉장고 속에 던져 넣고 이틀을 보냈네
간신히 일어나 나물 두어가지랑 몇 가지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 녀석들....다이어트한다고 잘 먹지도 않을텐데 싶어
다음부턴 안할것이다 다짐을 했다
다음날
느즈막히 출발했다는 딸아이
광역버스 놓치면 1시도 한참 넘어서야 도착할 거란 얘기에
이그...1시간만 좀 일찍 출발하지...싶은 옛날스런 마음을 얼른 가라앉혔다
그래~ 젊은 애들은 휴일에 일찍 일어나기 싫지...
그렇게 모인 두 아이들
다음부턴 잡채는 하지 말아야겠다
칼로리 높다고 딸아이는 오빠 앞으로 접시를 밀어놓는다(저거 하느라 애 많이 썼구만...)
그래도 그거 외엔 다들 잘 먹어줘서 새끼제비 바라보는 엄마제비 마음이었다
식세기에 알아서 착착 넣어 설거지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아들아이
소파에 애벌레처럼 이불 둘둘 말고 누워 있는 딸아이
이거..바뀐 거 아님?
요즘 아이들은 밥 배부르게 먹고 나자마자 바로 디저트를 먹는 게 순서인지
바로 디저트를 주문하더구먼
커피에 조각케이크에...
며칠간 달달이커피를 못마셨더래서 달달이로 주문했다
커피마시고 케잌 먹고
아무것도 안가져간다는 딸아이에겐 과일만 몇 개 싸주고
아들아이에겐 몇 가지 음식을 싸 줬다
며칠간 잡채밥도 해 먹고 떡만두국도 먹으라고...
딸아이 집에 데려다주며 실내자전거를 업어왔다
실내자전거 들고 나가는 오빠를 보며
부랴부랴 냉장고를 열면서 뭐 또 줄 거 없나? 하던 딸아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 이런 기분이구나! 한다 ㅋㅋ
홍삼 무슨 선물세트랑 뭐뭐뭐 몇 가지를 내 손에 들려주더라
다음부터는
오빠 집에서 만나자 하고 나왔다
엄마 집 멀어도 너무 멀다며 난감해하는 딸아이 얘기에
그래~ 뚜벅이에게 너무 먼 여정이긴 하다싶어서말이지
즈이오빠 집까진 1시간 거리에 버스도 10분 간격이니 개꿀이란다
그렇게 다시 집에 돌아와 실내자전거 올려주고 돌아간 아들아이
끝까지 책임과 의무와 살뜰한 살핌을 다 한 아들아이에게
다시한번 고맙다 애썼다 말하고 보낸 하루
피곤한데 피곤하지 않은
그래서 이 시간까지 잠이 안와 괴로운 하루
오늘은 동생들 만나는 날
자야 하는데...자야 하느니라..
어? 그러고보니 며칠동안 괴로웠던 두통은 다 사라졌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