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3
아빠가 교포이며
엄마는 한국인인 7살 여자아이
만난 지 얼마 안되었는데
아이가 공부하던 거라며 꺼내 보여주는 책들의 수준이...
얘 천재야? 싶을 정도의
7살 아이가 공부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수학책들이다
무게와 시간계산, 그리고 길이계산
세 자리의 덧뺄셈과 곱셈까지..
사고력수학이라고 하는 어마무시한 문제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들..
얘가 이걸 한다고요?
내가 맡아본 바로는...
그저 공부 좀 잘 하는 편인 7살 아이에 불과하던데...
아빠는 대학교수이고 엄마 역시 영어선생이라는데
아이의 일정은 너무나 빡빡하여
거의 주말에 그 많은 숙제들을 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건 아이를 위한 공부고 숙제이니 다 해야 하는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였다
아빠의 공부에 대한 원칙도 너무나 철저한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아이는 행동력이 빠르지도 않고 자기 생각이 많은
꿈 많은 어린아이였다
그럼에도 주어진 과제를 불만없이 해 내느라 고생하는 아이라서
내 입장에선 이것도 주어진 숙제입니다! 하며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더라
모든 선생님들이 자기 과목만 열심히 하라고 숙제를 와장창 내 주는 걸 아는지라
아이 입장을 너무 잘 아니까
이거 꼭 해놔야 한다고 말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편으론 아이에겐 그 어려운, 3학년들이나 할 수 있는
(사실 3학년들도 어려워 머리를 쥐어뜯는다마는...) 수학문제가 너무 과하단 생각이 드는데
몇 번 말해봤지만
아이가 다 해 냈던 거라며
다 할 수 있는거라며...
그렇다 해서 엄마가 아이에게 강압적이냐, 것도 아니다
어...
그 아이를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데..
내가 아이들을 잘 파악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맘대로 아이를 이끌지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 아이는... 정말 모르겠다...
한 달 여동안 아이엄마의 기대치와 내 방식이 2% 불균형에
아이어머니는 무척 친절하고 겸손하고 나를 존중하며 믿어주는 거 같긴 한데...
오래갈 수 있을지..
회의가 들게 하는 집이다